살다 보면 검색을 아무리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결정이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둘까.
지금 집을 살까.
새로운 일을 시작해볼까.
큰돈을 들여 무언가를 배워볼까.
이럴 때 우리는 보통 “어느 쪽이 더 좋은 선택일까?”를 오래 고민합니다.
장단점을 적어보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검색도 해봅니다.
그런데도 결정을 못 내릴 때가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사실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를 그만두면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지금 산 집값이 오를지, 시작한 사업이 잘될지 미리 정확하게 아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질문을 하나 바꿔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선택이 맞을까?”
대신,
“이 선택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라고 묻는 겁니다.
모든 결정을 똑같이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존에서는 의사결정을 설명할 때 ‘원웨이 도어(One-way door)’와 ‘투웨이 도어(Two-way door)’라는 표현을 오래 사용해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문입니다.
어떤 문은 들어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나오면 됩니다.
반면 어떤 문은 한번 지나가면 예전으로 돌아가기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존은 전자를 비교적 쉽게 바꾸거나 되돌릴 수 있는 결정, 후자를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으로 구분합니다. 되돌릴 수 있는 결정까지 모두 무겁고 느리게 판단하면 실험과 실행의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 개념의 핵심입니다.
우리 생활에 대입하면 더 쉽습니다.
평소 입어보지 않았던 색의 옷을 하나 사보는 것과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넣어 집을 사는 것은 같은 방식으로 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블로그 디자인을 바꾸는 것과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의외로 이 둘을 비슷하게 다룹니다.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결정도
“혹시 잘못 선택하면 어떡하지?”
하며 몇 달을 고민하고,
반대로 큰돈이 들어가는 결정은
“안 되면 그때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결정이 크냐 작으냐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틀렸을 때 얼마나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되돌릴 수 있다’는 말도 너무 단순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퇴사는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일까요?
다시 취업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회사, 예전 자리, 예전 연봉으로 그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집은 다시 팔 수 있으니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일까요?
매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취득할 때와 보유하는 동안 비용이 들었을 수도 있고, 원하는 시점에 바로 팔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돌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이렇게 바꿔보면 훨씬 현실적입니다.
“되돌리는 데 얼마가 필요한가?”
여기서 ‘얼마’는 돈만 말하지 않습니다.
돈, 시간, 경력, 관계, 건강, 신뢰까지 포함합니다.
첫 번째로 볼 것은 돈입니다
예를 들어 300만 원짜리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불이 불가능하다면 실제 선택은 다릅니다.
이 결정을 되돌리는 가격이 300만 원인 셈입니다.
창업은 더 복잡합니다.
안 되면 폐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재고, 대출, 원상복구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만두는 것’과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실패하면 그만두지 뭐.”
에서 끝내면 안 됩니다.
“그만둘 경우 실제로 얼마를 잃는가?”
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막연했던 위험이 숫자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는 시간입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선택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한 달 해보고 맞지 않아서 그만두는 것과 기존 경력을 5년 멈춘 뒤 다시 돌아가는 것은 다릅니다.
둘 다 표면적으로는 ‘그만둘 수 있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복구 비용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큰 결정을 앞두었다면 이런 질문도 필요합니다.
“내가 이 선택을 잘못했다고 판단한 뒤, 지금의 상태와 비슷한 곳까지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릴까?”
한 달이면 되는지,
1년이 필요한지,
몇 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
돈보다 이 질문에서 결정의 무게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 번째는 돈으로 돌려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돈과 시간을 들여도 원래 상태로 돌리기 힘든 것들입니다.
건강, 사람과의 신뢰,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평판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을 작은 돈으로 시험해보는 것은 비교적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에 가족의 생활비까지 모두 넣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업은 폐업하면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빚과 가족의 생활 불안까지 버튼 하나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가 생깁니다.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까지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해지할 수 있다.’
‘팔 수 있다.’
‘퇴사할 수 있다.’
‘폐업할 수 있다.’
이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다음에 무엇이 남는지를 봐야 합니다.
네 번째는 ‘돌아가는 길’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입니다
사람은 결정을 하기 전에는 쉽게 말합니다.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
그런데 실제로 돌아갈 길을 만들어놓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를 고민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막연히 “다시 취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현재 업계의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필요한 자격이나 경력을 확인하고, 생활비 몇 개월분을 확보하고,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퇴사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두 사람 모두 퇴사했지만 한 사람은 퇴로를 기대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퇴로를 만들어놓았습니다.
큰 결정을 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낙관적인 믿음이 아니라 실제 돌아갈 경로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결정을 꼭 이렇게 크게 해야 할까?”
저는 오히려 이 질문이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를 열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가게를 계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팝업을 열어볼 수도 있고, 배달이나 온라인 판매부터 해볼 수도 있습니다.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고 당장 퇴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주말에 작은 일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다고 처음부터 몇백만 원짜리 과정에 등록할 필요도 없습니다.
무료 강의 하나를 들어보고, 입문 강의를 결제해보고, 실제 과제를 한번 해본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작은 시도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인생을 바꾸고 싶은데 겨우 이것만 해보라는 건가 싶으니까요.
하지만 작은 실험의 목적은 크게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
생각보다 잘하는지.
돈을 내는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
내가 상상했던 현실과 실제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검색으로 얻을 수 없었던 정보를 직접 얻는 겁니다.
‘잘될 확률’보다 먼저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큰 결정을 앞두면 우리는 성공 확률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 사업 잘될까요?”
“지금 집 사면 오를까요?”
“퇴사하면 더 나은 직장에 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미래의 성공 확률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비교적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실패했을 때 내가 부담해야 할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두 선택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하나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실패했을 경우 5년 동안 갚아야 할 빚이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잘될지 아직 모르지만 실패하더라도 50만 원과 두 달 정도의 시간만 잃고 끝낼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선택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사람의 자산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가족 상황도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질문은 달라집니다.
“될까, 안 될까?”
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안 됐을 때 나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지?”
를 함께 보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위험한 선택’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선택이 모두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실패했을 때 다시 선택할 기회까지 잃어버리는 결정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큰 결정을 앞두었다면 종이에 이것만 적어보세요
복잡한 의사결정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 정도면 충분합니다.
| 확인할 것 | 내가 적어볼 내용 |
|---|---|
| 마음이 바뀌면 중단할 수 있는가 | 가능 / 일부 가능 / 매우 어려움 |
| 되돌리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 | 약 ○○원 |
| 원래 생활로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 ○개월 / ○년 |
| 복구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 건강·관계·경력·신뢰 등 |
| 실제 돌아갈 방법이 준비되어 있는가 | 비상금·재취업 경로·해지 조건 등 |
| 결정을 더 작게 시험할 수 있는가 | 체험·단기 계약·소규모 실행 등 |
이걸 적어보면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엄청나게 큰 결정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은 한 달 정도 시험해봐도 되는 일이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별생각 없이 하고 있던 선택이 의외로 되돌리는 비용이 상당히 큰 결정이라는 것도 보입니다.
되돌릴 수 있다고 무한정 고민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또 하나 조심해야 합니다.
퇴로를 확인하는 것과 계속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마존이 ‘투웨이 도어’를 강조한 이유 역시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이라면 필요한 수준의 판단을 한 뒤 빠르게 실행하고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판단할 시점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석 달 동안 해본다. 그동안 이것과 이것을 확인한다. 석 달 뒤 계속할지 다시 결정한다.”
정도로 기준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매일 아침마다
“계속해야 하나?”
“내가 잘못 선택했나?”
를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행할 때는 실행하고, 판단할 때는 판단하는 겁니다.
좋은 선택은 반드시 처음부터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큰 결정을 앞두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를 냅니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하고,
새 직장이 나와 맞을지 알아야 하고,
새로 시작한 일이 돈이 될지 알아야 하고,
지금 좋아하는 일을 5년 뒤에도 좋아할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살아보지 않은 미래를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요.
그래서 좋은 선택이란 반드시 미래를 맞히는 선택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미래를 잘못 예상하더라도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선택
일 수 있습니다.
다음에 큰 결정을 앞두게 된다면
“어떤 선택이 정답이지?”
만 묻지 말고 한 번 더 물어보세요.
이 문을 열었다가 아니면 다시 나올 수 있는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 가지를 더 물어보세요.
굳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조금만 열어서 안을 먼저 확인해볼 수는 없을까.
어쩌면 선택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정답을 고르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 번의 선택에 다음 선택까지 걸지 않는 사람.
틀릴 가능성을 없애려 하기보다,
틀렸을 때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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